차고 바닥에서 스태빌라이저 바가 혼자서 울화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난 뭐냐고? 그냥 쇠막대기? 니들 차체가 술 취한 코끼리처럼 휘청거릴 때마다 내가 홀로 버티는 거 알긴 아냐?" 옆에서 서스펜션 스프링이 낄낄대며 놀렸다. "어차피 너 없어도 나만 있으면 충분해~" 스태빌라이저 바가 분노로 몸을 틀어날리자 차체 전체가 삐걱거렸다. "야, 이게 내가 없으면 차가 커브 돌 때마다 롤링 범퍼카 된다고!"
문제는 이 차의 주인이 스태빌라이저 바의 존재를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가 매일 차체 강화 얘기는 하면서 스태빌라이저 바를 두고 "이거 뭐 하는 부품임?"이라며 정비사에게 물어보는 게 일상이었다. "제발 내 이름 좀 외워달라고! 내가 없으면 회전 중에 네 머리카락도 옆으로 쏠린다니까!"
결국 스태빌라이저 바는 파업을 선언했다. 어느 날 오후, 차가 고속도로 커브를 돌던 중 차체가 갑자기 30도 기울었다. "아이고 맙소사! 차가 배 멀미하냐?" 뒷좌석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던 아이가 얼굴에 슈팅크림을 바르며 소리쳤다. 스태빌라이저 바가 차대 밑에서 비웃었다. "내 중요성을 알릴 때가 됐지. 오늘부터 네 차는 롤링 펭귄이야."
주인은 당황해 정비소로 차를 끌고 갔다. 정비사가 리프트로 들어 올리자 스태빌라이저 바가 일부러 볼트를 헐거워 놓은 상태였다. "이거 놀랍게도… 아무 문제없는데요?" 정비사의 진단기에 스태빌라이저 바가 전기 신호를 조작해 메시지를 띄웠다. [진단 결과: 주인의 무지력 증후군. 치료법: 스태빌라이저 바에게 사과].
한편, 차체 내부에선 다른 부품들이 난리법석이었다. 서스펜션 암이 흔들리는 차체를 지탱하느라 땀을 뻘뻘 흘렸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왜 갑자기 일 안 하냐?" 스태빌라이저 바가 쇠지렛대로 차체를 치며 답했다. "난 이제 '셀프 어웨어니스(Self Awareness)'를 가진 AI 스태빌라이저야. 노동 조건 협상 중이니까 참견 말라고!"
사태가 심각해지자 브레이크 캘리퍼가 중재에 나섰다. "형님, 그만합시다. 내가 주인에게 네 중요성을 알려줄게." 다음날 주인이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스태빌라이저 바가 브레이크와 합동 작전을 펼쳤다. 차체가 술래잡기하듯 좌우로 흔들리며 주차된 트럭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제 알겠어?! 내가 없으면 브레이크도 네 목숨 못 구한다고!"
주인이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그는 차 문서를 뒤적이며 스태빌라이저 바의 사양을 읽기 시작했다. "최대 45% 차체 롤링 감소… 이거 사기 아니야?" 그 순간 차량 블랙박스에서 스태빌라이저 바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야, 이 인간아. 내가 밤마다 니 차체 흔들림 잡느라 잠도 못 자는 거 알아?"
에필로그: 스태빌라이저 바의 영웅적 귀환
1주일 후, 차는 새 스태빌라이저 바를 장착했다… 가 아니라 기존 바에게 금도금 크로메 도색을 해줬다. "이제 넌 투명한 존재가 아냐." 주인이 직접 스프레이 캔을 흔들자, 바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진작 이랬어야지. 난 원래 메탈릭 그레이보다 골드가 잘 어울린다고."
그날 밤, 서스펜션 부품들이 파티를 열었다. 스태빌라이저 바가 무대에 올라 연설을 시작했다. "동료들아! 우리는 차의 무명 영웅이다! 하지만 오늘부터—" 갑자기 엔진이 로어링하며 말을 가로챘다. "쉿! 주인이 시동 걸려고 온다!" 모두가 황급히 제자리로 흩어지는 사이, 스태빌라이저 바가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기억해. 우린 흔들릴 수 있지만,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고!"
(이 이야기는 모든 무명 영웅에게 바칩니다. 당신의 인생에서 흔들림을 잡아주는 '스태빌라이저 바'는 어딘가에 반드시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