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과장은 새 차 키를 들고 허공에 주먹을 쥐었다. "이번엔 만반의 준비다! 검사 만료일 2주 전부터 알람 설정해 놨다고!" 옆자리 예진이 계기판을 힐끔 보더니 입술을 깨물었다. "과장님, 오늘 기름 넣으러 주유소 갈 때… 혹시 엔진 오일은요?" 김 과장이 당당하게 가죽 시트를 두드렸다. "이 차는 전자식 오일 체크야! 경고등 안 떴으면 된 거지!"
검사소 도로 진입 500m 전, 김 과장이 갑자기 핸들을 급히 돌렸다. "저기 화장실! 3시간 대기하면 못 참아!" 예진이 급히 내비게이션을 뒤적이던 찰나, 뒤차의 경적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니 검사소 앞에서 유턴이요?!" 김 과장이 변기 뚜껑을 닫는 소리와 함께 외쳤다. "이거 급할 때 하는 거라고!"
검사장 입구에서 7번째 순번을 기다리던 중, 예진이 계기판을 보다 깜짝 놀랐다. "과장님, 에어백 경고등이… 어제부터 깜빡이던 거 아니에요?" 김 과장이 얼굴을 일구려며 설명서를 뒤적였다. "이건… 분명 실내 온도가 25도 넘어가면 저런다며! 에어컨 틀면 꺼져!" 하지만 에어컨 버튼을 누르자 계기판 전체가 꺼지는 기적이 발생했다. "세상에… 이 차 전기 시스템이 내 말을 듣나?!"
뒤에서 기다리던 할아버지가 창문을 두드렸다. "젊은이, 점퍼 케이블 있나? 내 차 배터리가 죽었네." 김 과장이 자신의 트렁크에서 녹슨 케이블을 꺼내며 뻣뻣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전문가예요! 지난번에 5번이나…" 접속 순간, 두 차의 경적이 동시에 울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이거 영혼까지 충전되는 거 아니야?"
검사대에 올라선 차는 의문의 진동을 일으켰다. 검사관이 타이어를 톡톡 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앞바퀴 밸런스 이상에 타이어 편마모… 재검사입니다." 김 과장이 펑퍼짐한 타이어를 만지작거리며 항변했다. "이거 3개월 전에 새로 갈았는데! 제발…!" 검사관이 태연하게 답했다. "휠 얼라인먼트 안 맞으면 타이어 3일 만에 망가져요. 수리장소 알려드릴까요?"
수리점에서 정비사가 휠을 돌려보더니 폭소를 터뜨렸다. "이거 구동축이 휘었네요? 주인님, 커브 길에서 계속 바퀴 걸고 다니셨죠?" 김 과장이 지난달 산악 드라이브 영상을 보여주며 변명했다. "예쁜 가을 경치 좀 보려고… 그게 문제라니!" 정비사가 120만 원 견적서를 건네며 중얼거렸다. "다음엔 내비게이션에 '차량 파괴 코스'라고 등록하세요."
재검사 대기열에서 예진이 이상한 소리를 내뱉었다. "과장님, 차에서 고양이 냄새나지 않아요?" 트렁크를 열어보니 실종됐던 길고양이 새끼 세 마리가 엔진룸에서 잠자고 있었다. "야옹이가 배터리로 난방했나 봐요!" 김 과장이 동물보호소 직원에게 차를 인도하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차… 동물 친화적 모델인가…?"
마침내 검사 합격 스티커를 받은 순간, 예진이 비명을 질렀다. "과장님! 등화장치 점검하다가 헤드라이트 깜빡이는데 실수로 와이퍼 작동시켰어요!" 김 과장이 휘둘리는 와이퍼 블레이드를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괜찮아… 어차피 다음 검사 때 갈아야 할 거였어…" 그때 뒤에서 검사관이 소리쳤다. "저기요! 합격 스티커 잘못 붙이셨습니다. 재발급 요금 5천 원!"
저녁 8시, 회사 주차장에서 김 과장은 쓰러질 듯 허둥댔다. "30만 원 과태료보다 80만 원 수리비가 더 비싸다니…" 예진이 차 문을 닫으며 속삭였다. "다음 달에 또 검사 있어요… 브레이크 패드 교체 시기래요…" 김 과장의 스마트폰이 동시에 울렸다. [보험 만료 D-30] 알림이 화면을 뒤덮었다.
#차량_검사_연속극 #타이어의_배신 #고양이_히터
(이 이야기는 실제 차량 관리의 중요성을 우스꽝스럽게 전파합니다. 와이퍼로 눈물 닦지 마세요!) 🚘💦
---
에필로그
다음 날, 김 과장은 출근길에 자전거를 탔다. "이젠 차량 검사 걱정에서 해방이다!" 옆을 지나가던 예진이 전기 스쿠터를 타며 소리쳤다. "과장님! 자전거도 2년에 한 번 검사받아야 한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