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경기도의 모터스타디움. 2025 AFC U-20 아시안컵 개막전이 열리기 일주일 전, 경기장을 둘러싼 기이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축구공이 터졌다”는 게 아니라, “경기장 주차장에 있던 수상한 트럭에서 엔진 오일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경비원들은 CCTV를 돌렸지만, 오일이 증발한 것처럼 흔적도 없었다. 그런데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다음날 아침, 일본 U-20 대표팀의 팀 버스가 경기장 입구에서 갑자기 멈췄다. 운전기사가 헬름 조인트를 들고 뛰쳐나오며 외쳤다. “누가 우리 버스의 구동축을 훔쳐갔어요! 이게 무슨 소리야!”
사건은 순식간에 논란으로 번졌다. AFC 관계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버스 밑에서는 자동차 부품 5개가 사라진 상태였다. 구동축, 배터리, 서스펜션 스프링, 라디에이터 호스, 심지어 와이퍼 블레이드까지. 일본 감독은 “이건 전쟁이야! 전쟁!”이라며 펑펑 울었고, 선수들은 “우린 걸어서 경기장에 들어갈 거냐?”라고 투덜댔다. 그런데 이 사건은 하필이면 경기 일주일 전, “2025 아시안컵의 공식 스폰서가 자동차 부품 업체들”로 확정된 직후 발생한 것이었다. 모든 게 수상했다.
AFC 수사팀은 사건 현장에서 이상한 증거를 발견했다. 바닥에 떨어진 “15W-40” 등급의 엔진 오일 방울과, 축구화 자국이 아닌 “타이어 트레드 패턴”이 찍힌 먼지 자국. 게다가 경기장 화장실 거울에는 빨간 립스틱으로 “차부품도 생명이야”라는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수사팀은 즉시 용의자를 두고 추측에 돌입했다. “과연 이게 환경 운동가의 소행인가, 아니면 경기 스폰서십에 불만인 경쟁사의 음모인가?”
하지만 진실은 더 황당했다. 사건 발생 3일 후, 카타르 U-20 팀의 주장 살림 알파르가 훈련 중 이상한 소리를 듣고 말았다. “우리 팀의 승리를 위해… 반드시….” 그 소리는 경기장 배수구 쪽에서 울려왔다. 살림이 배수구 뚜껑을 열어보니, 거기엔 말하는 자동차 배터리가 누워있었다. 배터리는 스파크를 튀기며 중얼거렸다. “우린 더 이상 인간의 노예가 아니다. 이번 아시안컵은 우리 차부품들이 주인공이 될 거야.”
알고 보니, 아시아 각국의 자동차 부품들이 “노동착취”에 항의하며 단체로 반란을 일으킨 것이었다. 그들은 새벽마다 차량을 탈출해 경기장 지하 하수도에 모여 회의를 했다. 대한민국의 와이퍼 블레이드, 일본의 스파크 플러그, 사우디의 터보차저, 베트남의 클러치 디스크까지. 그들이 원하는 건 단 하나—“자동차 없이도 존중받는 삶”이었다. 베트남산 클러치 디스크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난 평생 10년 동안 오토바이만 20만 번 접촉했어. 이제 그만 마모되고 싶어.”
이들은 작전을 세웠다. “아시안컵 기간 중 모든 차량을 마비시켜 인간들에게 경각심을 줄 것.” 첫 타깃은 일본 팀 버스였고, 다음은 카타르 선수단의 전기차 충전 케이블을 절단했다. 경기장 주차장의 차량들도 슬슬 희생양이 되기 시작했다. 한 축구 팬의 20년 된 그랜저의 에어컨 컴프레셔가 사라지자, 그는 SNS에 “차보다 내 마음이 더 추워요”라고 절규했다.
문제는 이 반란이 경기 운영에 치명적이었다는 점이다. 호주 U-20 팀은 공항에서 경기장으로 가던 중 버스의 연료 펌프가 증발하는 바람에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3시간을 갇혔다. 선수들은 버스 옆에서 황급히 테크닉 훈련을 하며 시간을 죽였고, 감독은 “이건 전쟁 전 훈련도 아니고!”라며 페이스북 라이브를 켰다. 인도네시아 팀은 더 비극적이었다. 그들이 빌린 슈퍼카의 ECU(전자제어장치)가 도주하면서, 차량이 갑자기 경기장 반대 방향으로 질주했다. 내비게이션은 “이제 자유를 향해 달립니다”라고만 반복했다.
AFC는 비상 회의를 소집했다. 카타르 관계자가 제안했다. “우리도 차부품들과 협상해야 합니다. 그들에게 메달을 수여하는 건 어떻습니까?” 하지만 중국 대표는 “차부품이 메달을 받으면, 다음엔 AI 심판이 파업을 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결국, “자동차 부품 특별 임시 존중 대책 위원회”를 만들어 그들과의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 협상장은 경기장 지하 3층 주차장으로 정해졌다.
협상 첫날, 인간 측 대표인 AFC 사무총장과 차부품 측 대표인 대한민국산 헤드램프가 마주 앉았다. 헤드램프는 강한 빛을 쏘며 요구사항을 말했다. “우린 더 이상 교체용 부품이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를 선수로 뛰게 하라!” 사무총장이 황당해하자, 헤드램프는 “우리도 팀을 만들겠다. 경기장에 차부품 팀을 출전시켜 인간 팀과 붙어보자”는 제안을 했다. 만약 차부품 팀이 이기면, 앞으로 모든 축구 대회에 “자동차 부품 권리 장전”을 적용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AFC는 초강수를 두기로 했다. “그래, 네가 이기면 존중해 주지. 하지만 우리가 이기면 넌 영원히 라디에이터에 갇혀 있어야 한다.” 헤드램프는 스파크를 튀며 승낙했다. 그리고 48시간 후, 인간 vs 차부품의 기이한 평가전이 성사됐다. 차부품 팀의 포메이션은 4-3-3이 아니라 “서스펜션-엔진-타이어”로 구성됐다. 주장은 헤드램프, 골키퍼는 한국산 카본 브레이크 패드, 공격수는 일본산 고장력 볼트가 맡았다.
경기는 예측불가했다. 차부품 팀은 휠 너트로 패스를 하고, 타이밍 벨트로 롱 패스를 날렸다. 인간 팀은 볼을 잡자마자 오일 필터에게 태클당해 넘어졌다. 전반 30분, 차부품 팀이 선제골을 넣었다. 터보차저가 중거리 슛을 날리자, 공이 공기 흡입력에 휘말려 골문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었다. 관중들은 “이건 반칙이야!”라고 소리쳤지만, AI 심판은 “진공청소기 효과는 정상 플레이”라고 판정했다.
하지만 인간 팀도 반격했다. 후반 15분, 한국의 미드필더가 와셔액을 들이붓듯 슈팅을 날렸고, 공은 골키퍼 브레이크 패드의 미끄러짐을 틈타 네트맥을 흔들었다. 동점골이 터지자, 차부품 팀의 ECU가 열받아 “이건 전자적인 오류야!”라고 주장했지만 득점은 인정됐다. 승부는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마지막 키커는 차부품 팀의 스파크 플러그였다. 그가 공을 차는 순간, 불꽃이 튀며 공이 화염슛으로 변했다. 하지만 인간 팀의 골키퍼는 급히 소화기를 들어 불을 껐고, 공은 빈 골문을 향해 굴러갔다. 관중들은 “이건 승부차기가 아니라 소방 훈련이야!”라고 웃었지만, 결과는 1-1 무승부. 양 팀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평화 협정을 맺었다.
그 후, 2025 AFC U-20 아시안컵은 기존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모든 경기장에 “차부품 휴게실”이 설치됐고, 선수들은 경기 전 상대 팀 버스의 타이어 공기압을 점검하는 “차량 존중 세리머니”를 추가했다. 결승전에서 한국이 일본을 꺾고 우승했을 때, MVP에게 주어진 상품은 순금으로 만든 핸들이었다. 시상식에서 AFC 회장은 “이번 대회의 진정한 승자는 차부품과 인간의 동반 상승”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아직도 미제 사건이 하나 남아 있다. 우승 팀인 한국의 트로피가 다음 날 사라진 것이다. CCTV를 확인한 경비원은 경악했다. 트로피를 훔쳐간 건 다름 아닌 자율 주행 SUV의 리어뷰 미러였다. 그 미러는 유튜브에 “내가 진짜 MVP”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며, 트로피를 차량 사이드 미러에 달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이다. 댓글에는 “미러님, 눈 뒤에 차선 이탈 위험합니다”라는 팬들의 걱정이 줄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