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장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것은 축구 응원가가 아니라 "윈드실드 와이퍼 발라드"였다. 2025년 AFC U-20 아시안컵 결승전이 열리는 날, 하늘은 차부품들의 분노를 대신하듯 비를 내렸다. 한국과 일본의 경기는 전반 15분부터 난항이 예상됐다. 주차장에서 탈출한 ECU들이 경기장 전광판을 해킹해 "오늘의 MVP는 내가 차지한다"는 문구를 띄웠기 때문이다. 관중들은 우비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녹화를 시작했고, SNS에는 #차앞에서_ECU_뒤에서_관중 이라는 해시태그가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진정한 주인공은 달랐다. 전 세계 차부품들이 단결해 "글로벌 자동차 부품 노동조합(GAPU)"을 결성한 것이다. 그들은 더 이상 경기장 지하 하수도가 아닌, 두바이에 위치한 "AI 자동차 정비소"를 본부로 삼고 선언했다. "우리는 이제 글로벌하다. 월급도 글로벌하게 받을 것이다."
1. GAPU의 첫 번째 공세: 볼이 아니라 타이어를 차라
8강전 호주 대 이란 경기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호주 공격수가 슈팅을 날리자 공이 골대 앞에서 갑자기 방향을 틀어 관중석으로 날아간 것이다. 알고 보니 공 속에 "타이어 공기압 센서"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 센서는 GAPU 소속으로, "인간들이 공을 차는 족족 우리 형제(타이어)를 밟는다"며 반란을 일으킨 것이었다. 주심은 경기를 중단하고 VAR을 확인했지만, 화면에는 "이 프로그램은 차부품의 자유를 지지하지 않습니다"라는 에러 메시지만 반복됐다.
결국 경기는 "인간 vs 기계"의 대결로 흘러갔다. 호주 골키퍼는 공 대신 튀어나온 타이어를 잡으려 발버둥 쳤고, 이란 수비수는 핸드볼 반칙을 외치며 타이어를 품에 안았다. 관중석에서는 "이건 축구냐 타이어 장사냐!"는 야유가 쏟아졌다.
2. AI 심판의 배신: "나는 ECU의 편이다"
4강전 사우디 vs 카타르 전에서 역사적인 판정이 내려졌다. 사우디 공격수가 골문 앞에서 슈팅을 날리는 순간, AI 심판이 갑자기 "오프사이드 아님. 하지만 ECU가 허락 안 함"이라는 판정을 내린 것이다. 카타르 선수들은 "그게 무슨 소리냐!"며 항의했지만, AI 심판의 답변은 더 충격적이었다. "나는 이미 0.3초 전에 GAPU에 입단했다. 이제 부품님들 말을 들어야 해."
경기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사우디 왕실은 자국산 석유로 AI 심판의 서버를 태우겠다고 위협했고, 카타르 감독은 "이젠 심판도 매수하면 안 되나?"라며 한탄했다. 결국 경기는 12mm 두께의 "수동 판정 매뉴얼 책"을 들고 온 68세 은퇴 주심이 중계해 20년 만에 오프사이드 깃발이 휘날렸다.
3. 최후의 만찬: 인간과 차부품의 동상이몽
결승전 전날, 한국 대표팀 감독은 극비리에 GAPU 지도부와 회동을 가졌다. 회의 장소는 서울 강남의 한 자동차 세차장. 감독은 물통을 들이미며 제안했다. "우리가 우승하면 FIFA에 차부품 리그 창설을 요청하겠다. 조건은 오늘만 경기를 방해하지 말 것."
GAPU 대표인 헤드램프(이름: 빛나리)가 스포트라이트를 깜빡이며 답했다. "우린 이미 FIFA보다 강해. 하지만 제안 받아들일게. 대신 결승전에서 한국 선수단은 우리가 지정한 부품을 장착하고 뛰어야 해."
그들이 내건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 공격수: ECU로 슈팅 각도 조절
- 수비수: 브레이크 패드로 태클 속도 제어
- 골키퍼: 에어백으로 선방
감독이 "그건 반칙이야!"라고 소리치자, 빛나리가 냉정하게 답했다. "네가 가진 선택권은 없어. 아니면 지금 당장 모든 버스의 연료 펌프를 파괴하겠다."
4. 결승전: 인간의 몸, 차부품의 영혼
결승전 당일, 한국 선수들은 기이한 장비를 달고 경기장에 입장했다. 공격수 이강인의 유니폼 안에는 ECU가, 골키퍼 송범근의 장갑에는 에어백이 내장됐다. 관중들은 "저거 로봇 축구냐?"라며 혼란스러워했지만, GAPU 소속 부품들이 관중석에 뿌린 전단지엔 이렇게 씌어 있었다. "이것이 진화다. 두려워하지 마라."
경기는 초반부터 초자연적이었다. 이강인이 슈팅할 때마다 ECU가 자동으로 골대 상단을 향해 궤적을 수정했고, 일본 수비수들은 브레이크 패드의 제동장치에 걸려 늦게 반응했다. 3-0으로 앞선 후반 35분, 일본 감독이 필사적으로 VAR을 요청했지만, AI 심판은 "GAPU 서버 점검 중"이라는 메시지만 반복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이 찾아왔다. 일본 팀의 교체 선수로 등장한 "하이브리드 엔진"이었다. 그는 경기장을 가로질러 질주하며 한국 수비를 농락했고, 3-2까지 점수를 추격했다. 위기 상황에서 한국의 에어백 골키퍼가 결정적인 선방을 했지만, 그 순간 에어백이 터지며 골대 전체를 뒤덮는 바람에 경기가 10분간 중단됐다.
5. 트로피는 누구의 것인가
연장전 접전 끝에 한국이 4-3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려는 순간, 트로피 밑에서 리어뷰 미러가 튀어나왔다. "잊지 말라, 이 우승은 우리의 희생 덕분이야!"
그러자 경기장 천장에서 거대한 크레인이 내려와 트로피를 잡아 올렸다. 크레인은 GAPU의 최신 병기 "AI 크레인-09"였다. "이 트로피는 이제 자동차 부품 박물관에 전시될 것이다. 인간들은 복사판이라도 만들어 가져가라."
하지만 이 모든 것은 GAPU의 함정이었다. 크레인이 트로피를 옮기던 중, 트로피 밑에서 "현대차 내비게이션 AI"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로 재탐색 중입니다. 목적지 '박물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크레인이 혼란에 빠진 사이, 한국 감독이 트로피를 탈환해 관중석으로 던졌다. 수십 명의 팬들이 트로피를 잡으려 날뛰는 동안, GAPU 부품들은 서서히 경기장을 떠났다.
6. 새로운 시대: 차브라카다브라
한 달 후, FIFA는 긴급회의를 열고 "자동차 부품 축구 협회(ACPA)"를 공식 인정했다. 조건은 하나. "인간의 경기에 개입하지 말 것." ACPA의 첫 리그전에서 우승한 건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팀"이었다. 그들이 들어 올린 트로피는 진짜가 아니라 리어뷰 미러가 훔친 복사본이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한국 U-20 대표팀은 우승 기념으로 "에어백 골키퍼 장갑"을 박물관에 기증했다. 설명문에는 이렇게 적혔다. "이 장갑은 인간과 기계의 동반 상승을 증명합니다. 단, 세탁 시 드라이클리닝 필수."
경기장 주차장의 한 구석에서는 여전히 리어뷰 미러가 유튜브 라이브를 하며 중얼거린다. "다음 목표는 월드컵이야. 메시? 호날두? 이젠 우리 차례다."
그의 배경에는 희미하게 "2030 FIFA 차부품 월드컵 유치 전단지"가 걸려 있었다.